4. 비유란 도구다
탈무드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나무들은 전부 겁을 잔뜩 집어먹고 벌벌 떨고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을 보신 하나님이 “나무들아, 대체 무얼 겁내고 있느냐?”하고 묻자 나무들이 말하기를… “저 쇠를 보십시오, 저 날카로운 날이 도끼가 되어 우리 나무들을 전부 찍어버릴텐데 어찌 겁을 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말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말을 듣고 껄껄 웃으시며 말하셨다.
“미련한 나무들아, 무얼 찍자면 쇠는 도끼가 되어야 할 테고 아무리 날카로운 쇠라도 도끼가 되려면 자루가 필요한 것을 너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쇠가 혼자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글도 마찬가지다. 비유라는 도끼자루를 사용하여 아름답고 정교하게 진실하고 우아하게 글을 다듬어 나가는 것이다
5. 비유는 글을 맛있게 하는 양념이다
비유란 글쓰기에 있어서 양념과 같은 것이다.
음식을 맛있게 하려고 이것저것 양념을 넣어 간을 보는 것과 같다. 김치에는 배추와 무 같은 기본 재료가 들어가지만 고춧가루와 파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넣고 또 어떤 젓갈을 넣었느냐에 따라 김치의 맛과 향과 빛깔에 차이가 나는 것처럼 글도 어떤 비유를 얼마나 적절하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시에도 ‘콩콩’이라든지 ‘또르르또르르’라든지 ‘쏙’이라든지 하는 양념 같은 말들이 들어가 훨씬 재미있는 글을 만들고 있다.
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6. 비유는 글을 맵시 있게 만들어 주는 멋이다
같은 옷을 입는다고 해도 무엇과 무엇을 어떻게 조화시켜 입었는가에 따라 멋있다 그렇지 않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카프와 액세서리와 구두, 넥타이와 장신구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멋쟁이의 자격이 정해지는 것과 같다.
우리는 글쓰기의 기초를 배웠다. 그 중에서도 맞춤법과 문법이라고 하는 약속을 잘 알고 있는데 물론 이 약속은 우리가 꼭 지켜야할 것이지만 그런데 때로는 비유와 관련해서 이러한 약속들이 종종 무시되는 경우도 만나게 된다.
모자를 약간 삐딱하게 쓰면 더 멋있어 보이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시나 노래 가사 같은 것에서는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을 대할 때가 참 많이 있다.
하지만 사실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글이 아닌 이러한 경우의 글들은 글쓰기의 맞춤법과 문법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이 된다.
퐁당퐁당 → 포오옹당 포오오옹다앙
나는 학교에 간다 → 나는 간다 학교에
특히 일상 생활에서 많이 대하는 상품 이름에서 종종 그러한 경우가 발견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는 어긋난 표현이지만 오히려 틀린 그것이 친근하고 멋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누네띠네 ← 눈에 띄네 타미나 ← 탐이 난다
더존 ← 더 좋은 참존 ← 참 좋은
마쪼니 ← 맛좋으니 그랑두리 ← 그 사람과 둘이
더부러 ← 더불어 오순도손 ← 오손도손
우리두리 ← 우리 둘이 손에손 ← 손에 손
다모아 ← 다 모아
비유의 멋을 찾는다면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글이 아마 시(詩)라고 하는 형식의 글일 것이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음음음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7.비유는상상이다
현실과 상상, 사실과 의견은 잘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세상은 전부 사실이 아닌 상상과 비유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비유란 느낀 것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에 덧붙여지는 상상의 날개다.
미래에 인류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정말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나 소설처럼 머리는 크고 몸집은 작고 눈은 검고 그리고 머리카락은 거의 없는 그러한 모습이 될 것인가? 정말 파충류를 닮은 모습일까? 또 피는 파란색일까?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았을까? 친구들과는 무슨 놀이를 하며 지냈을까? 전설 속에 살아있는 아틀란티스처럼
지금보다도 훨씬 더 발달한 그러한 문명이 과연 존재했었을까?
귀신은 어떻게 생겼을까? 머리가 두 개일까? 눈이 다섯 개일까? 얼굴은 보라색일까? 아니면 초록색일까?
8. 비유는 상징이다
사람이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는 주먹을 쥐고 태어나고 죽을 때는 모두 펴고 죽는다고 한다.
이것은 태어날 때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욕심 때문이고 죽을 때는 뒷사람에게 모든 것을 남겨주고 떠난다는 즉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탈무드에 나와 있는 이야기다.
여기서 사람의 손은 밥을 먹고 글을 쓰고 농구공을 던지는 그런 단순한 손이 아니다.
여기서의 손은 세상살이, 인생살이의 허망함을 담고 있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손으로 인간의 욕심과 허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그런 손이다.
상징이란 바로 위에서 말하는 ‘손’과 같은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다.
십자가 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리스도’, ‘기독교’, ‘부활’, ‘목걸이’ 따위다. 또 무궁화, 태극기 하면 ‘대한민국’이 떠오른다.
그런가하면 보리수나무의 상징은 속세로부터의 벗어남 즉 ‘부처의 해탈’을 뜻한다.
아직도 아프리카 오지의 일부 부족들은 몸에 문신을 새기고 무시무시한 마스크를 쓰며 흉측한 모양의 분장을 하는 것을 즐기는데 이것은 자기 부족의 위상을 나타내며 적을 놀라게 하거나 사냥을 하러 나갈 때, 의식을 행할 때를 알리는 표시라고 한다.
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유명했던 대영제국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많은 왕족과 귀족의 후손들이 즐비하다. 지금은 고작해야 구경거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전통 있는 영국 왕실과 기사의 문장들은 아직도 값진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모습은 어떨까?
각 기업에서는 회사의 이름을 짓고 그 회사를 알리는 로고나 마크를 만들어 낸다.
각국의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상품을 쌓는다면 하늘에 닿을 정도로 끝이 없을 정도다.
길을 가다 보면 길거리의 표지판들이 보인다. 간판도 있고 안내판도 있고 사거리의 신호등도 있다.
신호등의 빨간색, 황색, 녹색은 각각 멈춤, 대기, 건너기를 뜻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중요한 행사를 치를 때 각 나라의 국기가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다.
학교에는 학교의 상징물인 교기가 펄럭인다. 또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교가를 부른다.
이런 모든 것들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스크, 왕실과 기사의 문장, 기업의 로고, 상품의 이름, 길거리의 표지판, 신호등의 색깔, 국기의 모양, 국가… 이와 같은 모든 것들의 정체가 바로 ‘상징’이라고 하는 것이다. 상징은 처음부터 존재해 있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차츰 입지를 굳히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무라이/칼/화산/스모 씨름 ⇒ 일본
자유의 여신상/햄버거 ⇒ 미국
에펠탑/포도주/패션 ⇒ 프랑스
튤립/풍차 ⇒ 네덜란드
플라밍고/투우 ⇒ 스페인
런던 탑/안개 ⇒ 영국
만리장성/짜장면 ⇒ 중국
김치/한복/한강의 기적 ⇒ 한국
모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들이다.
비유 = 상징
[해보기4] 연상되는 낱말을 찾아서 가장 위의 빈칸에 적합한 말을 찾아내는 것이다.
밑에서 출발해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서를 밟는다.
[보기]
뿔 / 우유 / 로데오 →
소방차 / 우체국 / 공휴일 →
바르셀로나 / 플라밍고 / 마드리드 →
‘뿔, 우유, 로데오’하면 연상되는 말? 소
‘소방차, 우체국, 공휴일’과 관련된 말? 빨간색
‘바르셀로나, 플라밍고, 마드리드’하면 연상되는 말?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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